입관/마경덕(낭송 장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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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마경덕


하얀 보에 덮여 누워있는 어머니

둥근 베개 하나가 무거운 잠을 받치고 있었다

장례지도사인 젊은 염습사는

보 밑으로 손을 넣어 익숙하게 몸을 닦았다

감정은 삭제되고 절차만 기억하는 손길로

미처 살아보지 못한 생의 끝자락을 만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주검을 갈무리하여 먼 길을 떠나보냈을까

저 숙련된 손길은 어느 날, 떨어져나간 단추를 주워 제자리에 달듯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는 것

하얀 종이로 싸늘한 몸을 감싸는 동안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살아온 족적이 다 찍힐 것 같은 순백의 백지는

어머니의 마지막 속옷이었다

자식들이 사준 속옷은 장롱에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입던 어머니

며느리에게 퍼붓던 불같은 성깔도 다 시들어

몇 장의 종이에 차곡차곡 담기는 순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 젖었다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

진심으로 시어머니를 부르며 딸인 듯 목이 메었다

습신을 신은 발, 앙상한 손을 감싼 악수幄手를

꼭 쥐어보았다. 이 작은 손이

밥상을 밀치고 내 가슴을 후볐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막내시누이는 꺽꺽 짐승처럼 울고

나는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당신이 손수 장만한 치자 빛 수의를 입고

허리띠를 나비리본처럼 단정히 묶은 어머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다 마치었다

지긋지긋한 암 덩어리는 곱게 포장되어 입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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