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없이 낙법하는 법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부상없이 낙법하는 법

낙법에 대한 단상

파쿠르의 기초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숙련되기까지 가장 오래걸리고 까다로웠던 동작이 3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낙법이었다. 낙법을 익히기 위해 동네 합기도장도 찾아갔지만 체육관에서 사용하는 낙법은 콘크리트에서 쓸 수 없었다. 창시자 데이비드 벨의 낙법 슬로우모션 영상(   • Roll Analysis David Belle  ) 을 몇 년에 걸쳐 반복해서 관찰하고, 야외에서 연습한 끝에 부드러운 낙법의 감각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낙법을 익혀가던 때의 기억들을 나누고 싶다.

처음에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밤 12시가 되면 양영중학교 후문에 있던 놀이터 모래사장에서 신들린 무당처럼 뛰어내리고 구르기를 반복했다. 뭣 모르고 맨땅에서 한 번 굴렀다가 어깨와 꼬리뼈에 시퍼런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티셔츠와 바지, 모래가 한 무더기 떨어지는 신발, 머리에 모래알갱이가 쌓인채로 집에 갔다. 어머니가 애써 청소해 놓은 신발장, 바닥은 금새 모래 알갱이로 인해 부슬거렸고 화장실 바닥은 흙탕물로 더러워졌다. 그것이 내 나름의 반항이기도 했다.

낙법은 참 희한한 기술이다. 분명 앞구르기 처럼 진입하는데 구르는 과정은 옆구르기 같으면서 다 구르고 나서는 정면으로 일어선다. 말로는 쉽게 '낙법'이라는 말로 퉁칠 수 있는데 실제로는 한 눈에 포착하기 힘든 엄청나게 복잡한 움직임 패턴이다. 굴러가는 모양을 그대로 따라한 것 같은데 막상 영상으로 내 움직임을 찍어보면 엉성하고 투박했다. 마치 모난 육각형이 바닥을 마지못해 굴러가는 모양새다. 낙법을 맨 바닥에서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낙법할 때 전혀 안 아프다는 말이 밉기도 했다. 사람들 말을 열심히 듣고 아스팔트 위에서 어깨가 까지고 피멍들 때까지 연습해도 구를 때 항상 몸 어딘가 아팠기 때문이다. 피멍이 든 어깨와 꼬리뼈에 또 피멍이 들었다.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은 사치였다. 낙법할 때 어깨와 꼬리뼈가 왜 아픈지는 몇년 뒤 유튜브가 등장하고 라이언 도일(Ryan Doyle,    • Ryan Doyle - Parkour Roll Tutorial  )과 댄 에드워즈(Dan edwardes,    • How to: Roll | How to Flow (ep. 7)  )의 강좌를 보고나서야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낙법 연습과정은 제자리 낙법을 먼저 연습해서 점점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낙법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혼자서 연습한 낙법은 비선형적으로 성장했다. 예를들어 제자리에서 낙법하는 것보다 높은데서 뛰어내리는 낙법이 더 쉽고 아픈 곳이 없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얻어지는 수직 낙하에너지가 구를 때 수평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제자리에서 구를 때보다 훨씬 빠르게 굴러가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힘이 앞으로 굴러가는 탄성이 되어 어색한 자세를 상쇄시켰다. 혈기왕성한 19살의 나는 섬세한 움직임 제어가 필요한 제자리 낙법보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낙법이 더 신나고 재밌었다.

낙법은 바닥에 닿는 몸의 순서를 사유하고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상상해보자. 지면에 발 앞꿈치가 닿자마자 양 손바닥을 착지한 지점으로부터 사선으로 짚고 머리가 땅에 부딪히지 않도록 고개를 사선으로 숙인다. 수직낙하 충격이 정면을 향한 탄성으로 전환되는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여 손바닥에서 팔뚝, 날갯죽지를 지나 넓은 등을 사선으로 훑고 엉덩이로 빠져 다시 앞꿈치로 빠져나온다. 제대로 된 낙법은 팔꿈치, 어깨, 꼬리뼈 등 관절부위가 애초에 바닥에 닿지 않는다. 잘못된 낙법은 관절이 바닥에 닿으니까 아픈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딱딱한 맨바닥은 훌륭한 낙법 선생님이다. 제대로 낙법을 못하면 회초리로 어깨와 꼬리뼈를 후려쳐 다시 놀이터 모래사장과 풀밭에서 연습하라고 호통친다.

바닥 뿐만 아니라 내 몸과 정신,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도 좋은 스승님이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는 검은 티셔츠와 검은 바지, 그리고 검은 신발 - 삼종 신기가 필요하다. 길거리 바닥을 구르려면 입고있는 옷과 손바닥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낙법을 처음 연습할 때는 이 기술이 과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충격을 제대로 분산시켜줄 수 있을 지 의심이 가득하다. 그 모습을 지나가다 보는 행인도 “더러운 바닥에서 왜 뒹굴거리고 있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파쿠르는 끝난다. 자신에 대한 의심과 행인의 시선은 당신이 얼마나 낙법을 간절히 원하는지 시험하는 무대다. 관절을 보호하고, 충격을 제어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서의 낙법이 어느정도 숙련된 상태에 이르면, 행인들의 시선도 의아함에서 호기심으로 전환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낙법을 왜 하는지, 낙법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낙법에 대한 움직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말로 풀어 설명하는 문장도 점점 더 간결해진다. 낙법을 단지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라 장애물과 어우러진 표현의 수단으로서 활용하게 된다면 행인들은 호기심을 넘어 당신을 경외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파쿠르 선수 ‘Koh Chen Pin’은 프로젝트 다이브 롤(Project dive roll,    • PROJECT DIVE ROLL 2  )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말도 안되는 거리와 높이, 낙차를 낙법으로 구르고 표현한다.

세상은 낙법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낙법은 위험한 도시공간에서 좀 더 과감하게, 좀 더 자유롭게 몸을 던지고 실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쯤되면 위험을 표시해 놓은 경고판도 터부의 경계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로 보인다. 신체적 도구를 얻는다는 것은 세상을 접촉하고 해석하는 방식도 변화한다는 뜻이다. 낙법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고싶지 않은가?

마스터코치에게 파쿠르 제대로 배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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