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청포도 고향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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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요즘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다양한 과일들을 사시사철 먹을 수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운 여름을 상징하는 과일은 아마도 ‘청포도’일 거예요. 초록색 송이송이 알알이 탐스럽게 매달린 청포도는 어린 시절 고향집 마당에 푸른 청포도 나무 그늘을 만들어주었고요. 청포도가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새콤달콤한 맛을 상상하며 여름을 기다렸었지요. 그리고 이렇게 정다운 청포도의 모습 속에서 고향을 발견한 시가 있는데, 우리가 다 아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입니다. 1939년 발표된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는 나라를 잃고 먼 이역에서 고국을 그리는 안타까움과 향수, 그리고 암울한 민족현실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했지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 시가 발표된 이후, ‘청포도’는 7월을 상징하고 고향을 떠오르게 만들어주는 과일이 되었고요. 이후 1956년에 ‘도미’ 선배님이 ‘청포도 사랑’을 발표하면서부터는 젊은이들의 낭만 노래로 서울 근교인 안양의 포도밭이 데이트 코스로 급부상했었지요. 그리고 우리 가요에도 ‘청포도 언덕길’ ‘청포도 로맨스’ ‘청포도 피는 밤’처럼 노래제목에 ‘청포도’가 들어가는 사랑노래들이 유행했는데요.

그러다 또 한 번 가요계에 ‘청포도’가 등장하는 노래가 발표되면서, 많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1968년, 정진성 선생님이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 ‘청포도 고향’인데요. 청포도가 송이송이 익어가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청포도 고향’은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지요.

‘청포도 고향’을 맨 처음 발표한 가수는 ‘서라성’ 선배님입니다. 1968년, 이영숙 선배님의 ‘가을이 오기 전에’라는 곡과 함께 앨범 표지를 장식하며 ‘청포도 고향’이 발표됐는데, 이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요. 역시 다음해인 1969년, 나훈아 선배님의 출세곡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수록된 옴니버스 앨범에 다시 한 번 ‘서라성’이라는 이름으로 ‘청포도 고향’이 수록됐지만, 안타깝게도 역시 큰 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자, 이때부터 가수 ‘서라성’선배님은 가수로 더 이상의 곡을 발표하지 않고, 본명인 ‘서정섭’으로 작곡활동에 전념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청포도 고향’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크게 히트한 것은 1970년, ‘박건’ 선배님과 ‘배성’ 선배님이 이 노래를 다시 부르면 서부터였습니다. 1968년에 ‘두 글자’라는 노래를 히트시킨 ‘박건’ 선배님이 1970년에 ‘청포도 고향’을 취입했고요. 역시 같은 해인 1970년에 데뷔한 ‘배성’ 선배님도 ‘사나이 부르스’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어서 취입한 노래가 ‘청포도 고향’이었던 거지요. 두 선배님이 같은 해에 똑같은 노래를 취입할 정도로 ‘청포도 고향’은 빛나는 원석과도 같은 노래였고요. 당대의 인기가수 두 사람이 연이어 발표하면서 라디오에서는 어딜 가나 ‘청포도 고향’이 울려 퍼졌고,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곡이 되었습니다.


“청포도 익어오는 우물가 샘터는
수줍은 아가씨가 기다리던 곳
못 잊어서 찾아온 고향 그 사람은 떠나고
청포도 송이송이 옛날이 그립구나

청포도 우물가는 어여쁜 아가씨가
불그레 수줍어서 미소 짓던 곳
그리워서 돌아온 고향 그 아가씬 떠나고
청포도 송이송이 옛시절 그립구나”


서라성, 박건, 배성. 이렇게 세 가수가 노래한 ‘청포도 고향’ 중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박건’ 선배님의 목소리일 거예요. 그래서 원곡가수가 박건 선배님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요. ‘청포도 고향’을 맨처음 발표한 ‘서라성’ 선배님의 목소리와 가장 많이 알려진 ‘박건’ 선배님의 목소리를 비교해보면 매력적인 중저음이 닮아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신 서라성 선배님의 목소리가 조금 더 포근한 느낌이라면, 박건 선배님의 목소리는 좀 더 세련된 느낌인데요. 박건 선배님은 ‘청포도 고향’을 발표한 다음해인 1971년, 김희갑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일약 최고의 가수로 사랑받았지요.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년 후, 당대 인기가수들이 다시 노래하면서 재발견되고 각광받았던 노래가 ‘청포도 고향’인데요. 여러분의 기억 속엔 어떤 가수의 목소리로 청포도가 송이송이 매달린 고향의 싱그러운 추억이 자리 잡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요즘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운데요. ‘청포도 고향’을 감상하는 동안 청포도향기 가득한 고향의 정취와 추억을 떠올리면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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