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과 맨발로 폭염과 폭우를 뚫고 완주한 홋카이도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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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당일. 비가 올 거라던 기상 예보와 달리 해가 강렬하게 피부를 때렸다. 이날 최고 기온은 30도였다. 숙소 호스트 사장님이 챙겨준 전해질 젤리와 내가 따로 챙긴 전해질 음료를 바지 양쪽에 챙겼다. 땀이 워낙 많아서 그러지 않으면 쥐가 나거나 탈진할 게 뻔했다.

다행히 컨디션은 좋았다. 샌들을 신고 설렁설렁 뛰어도 저번 기록만큼은 나오겠지, 하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10km를 넘어가면서부터 사라졌다. 모든 게 다 괜찮았는데 무릎 바깥쪽, 정강이 위쪽 부위가 욱신거렸기 때문이다.

첫째, 통증이 너무 빨리 찾아와서 놀랐고, 둘째, 걱정했던 아킬레스건도 아니고 너무 뜬금없는 부위의 통증이라 놀랐다. 그래도 멈출 정도는 아니라 살살 달래며 뛰었다. 그러다 20km가 넘어가니 이 상태로 계속 달리다간 완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멈춰 서서 다리를 풀고 다시 뛰고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해는 사라지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샌들을 벗고 맨발인 상태로 다리를 풀던 나는, 샌들을 발이 아니라 손에 끼웠다. 그리고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졌다. 그렇게 28km부터 마지막 42.195km까지 달렸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굉장히 고통스러운 달리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고통도 잊게 만드는 즐거움도 많았다. 할머니가 주셨던 방울토마토와 콜라, 어느 시민이 건넨 얼음주머니는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어느 학교 연주단이 나와 각종 악기로 연주하는 응원가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 하늘 위로 붕 뜨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5km 정도는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보통은 퍼질 대로 퍼져야 하는데 반대로 힘이 났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맨발로 뛰고 있으니, 뭐랄까, 나만의 존에 있는 기분이었다. 육체의 피로도 잊고, 비와 땅과 하나가 돼서 달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나는 "호우"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5시간 22분(비공식 기록). 3월 동아 마라톤보다 대략 1시간은 늦은 기록이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통증 때문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즐거웠다. 힘들지만, 정말 즐거웠다. 저번 마라톤에서는 결승선에서만 감동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주로에서 더 많은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좋았다.

사람들이 왜 샌들로 뛰냐고 물었다. 마라톤은 좋은 러닝화를 신어야 하지 않겠냐며 걱정했다. 괜히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내가 샌들로 뛰고자 한 이유는 하나였다. 실패할지언정 내 생각대로, 내 의지대로, 내가 믿는 대로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계획대로 하나도 흘러가지 않은 엉망진창 마라톤이었지만, 뛰고 나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크게 감동했다. 첫 마라톤이었던 저번 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도전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내 의지로 해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자주 시도해 보고, 자주 실패해 보고, 자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고통과 행복이 교차하는 주로에서 활짝 웃으면서. 이번 홋카이도 마라톤처럼. 우리의 인생처럼.

#마라톤 #홋카이도마라톤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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