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견은 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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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중매체가 인류에게 가져온 핵심적인 변화는 "대화"와 "여론"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일상적 대화는 대중매체 이후 그 의미와 기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가브리엘 타드가 주장하였듯이, 대화라는 것 자체가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의견(opinion)이 여론(public opinion)으로 변신하게 된 것도 대중매체의 효과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대중매체에 의해 가능해진 "대화"가 "여론"을 생산해낸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개념화한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에 대해서 살펴보고, 일상적인 잡담이나 대화가 왜 민주주의의 핵심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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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호로 이루어진 세상" - 출간 예정)
근대민주주의와 관련해서 인쇄매체가 어떤 정치사회적 의미를 가졌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론장 혹은 열린마당
(öffentlichkeit)의 이론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하버마스의 논의에 잘 나타나 있다. 하버마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대중(public)과 그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해 논의하고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열린마당은 인쇄매체안 신문의 보급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라 보고 있다. 물론 신문의 전신인 뉴스레터들은 자본주의 발전 초기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뉴스레터는 진정한 의미의 대중을 생산해낸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뉴스레터에는 대중성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일반적 접근가능성(general accessibility)과 일상적 규칙성(routinized regularity)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Habermas, 1989, p.16).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인쇄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당시의 ‘뉴미디어’인 신문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일반적 접근가능성과 일상적 규칙성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를 보급하게 되었다. 여기서 뉴스가 새로운 형태라는 것은, 이러한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비로소 일반 대중들이 ‘나 말고도 다른 많은 사람들 역시 내가 오늘 본 뉴스를 접했을 것’ 이라고 가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버마스의 논의는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인쇄매체의 발전을 통해 근대과학과 종교혁명, 그리고 근대정신의 기원을 설명하는 아이젠쉬타인(Eisenstein, 1979), 또 근대국가의 기원을 가상공동체에서 찾는 베네딕트 앤더슨(Anderson, 1991), 그리고 같은 텍스트를 함께 읽는 독서대중(reading public)을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원형으로 파악하는 앨빈 굴드너(Gouldner, 1976) 등의 이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책과 신문이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이 언어공동체에 기반한 하나의 사회 즉, 근대국가의 구성원이라는 관념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된 뉴스를 자신 이외의 다른 구성원들도 알고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으며, 나아가 그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견해를 다른 사회구성원들도 마찬가지로 느끼리라는 확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자신이 곧 사회의 일원이라는 ‘우리-의식(we-concisouness)’과 ‘여론(public opinion)’ 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여론의 주체로서의 평등한 개인이라는 관념이 완성되었다. 즉, 신문이라는 대중매체는 근대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인쇄매체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닐 수 있는 지식에는 질적인 차이가 없으리라는 근본적인 가정을 가능하게 했다. 인쇄매체 이전에는 성경 등 특별한 지식이나 정보에 접근가능한 집단은 성직자나 귀족 등 특수계층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지배계층의 지식은 피지배계층의 지식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러나 인쇄매체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동일한 지식에 모두 접근가능하다는 가정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식에는 근본적으로 질적인 차이가 없게 된다. 이러한 가정이 다수결의 원칙을 탄생시켰다.
인쇄매체 이전에는 만장일치가 집단적 의사결정의 방식이었다면, 인쇄매체 이후에는 다수결이 집단적 의사결정의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타인의 의견과 지신의 의견에 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우리의 의견과 그들의 의견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가는 양적인 차이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공동체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러한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보편적인 합의는 인쇄매체 이후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 합의가 일인일표제의 보편선거제도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보편적인 선거제도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나 대의체에 의한 여론의 텍스트화(법은 곧 여론을 텍스트화한 것이다)라는 원칙들도 수립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민주주의의 원칙들(표현의 자유, 보편선거제, 다수결의 원칙, 의회제도, 법치주의 등)은 모두 인쇄매체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이제 디지털 미디어가 보편적안 매체로 자리잡을 때, 근대민주주의의 여러 원칙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대중매체’ 하면 고래고래 악만 써대는 연속극이나 인기연예인들의 실없는 농담을 우선 떠올릴 수밖에 없는 요즈음, 대중매체가 근대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주장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꼭 텔레비전만이 대중매체인 것은 아니다.
대중매체는 똑같은 내용의 정보를 불특정 다수인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모든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문, 책, 영화, 그리고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책도 물론 넓은 의미의 대중매체에 포함된다.

말하자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다른 누군가도 역시 이 글을 읽으리라는 가정을 피할 수가 없다.
출판(publication) 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텍스트를 대중화한다(public-action)는 것, 또 그럼으로써 대중을 생산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가 읽는 똑같은 텍스트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대중매체가 생산하는 대중의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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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choes of Gabriel Tarde: What We Know Better or Different 100 Years Later (by Elihu Katz, Chris Ali, Joohan Kim)
https://a.co/d/cq3NOUL

Kim, J., Wyatt, R. O., & Katz, E. (1999). News, talk, opinion, participation: The part played by conversation in deliberative democracy. Political communication, 16(4), 361-385.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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