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파도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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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산으로 바다로 휴가 계획을 세우곤 하지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같은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구불구불한 고개를 넘어가며 동해 바다로 떠나던 추억은 지금도 우리를 웃음짓게 합니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부를 법한 노래이지만 오늘 감상하시는 '파도'는 무척이나 슬픈 곡입니다. 노랫말이 주는 정서가 그렇기도 하고 이 노래를 부른 배호 선배님의 삶 또한 우리를 눈물짓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강릉 해안도로를 달려 올라가다 보면 주문진 끝자락에서 만나는 소돌어촌 마을. 마을 전체가 소가 누워있는 형상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곳에는 바위를 만지며 소원을 빌면 아들이 생긴다는 '아들바위'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바다와 맞닿은 아들바위 공원에는 '파도' 노래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아들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돌로 만들어진 기계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배호 선배님의 '파도'를 그 자리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배만금(裵晩今)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중학교 시절 배신웅(裵信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배호 선배님은 1942년 중국 산둥성에서 출생했습니다. 광복군에서 활동하던 아버지를 따라 1945년 광복 후 고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줄곧 가난에 시달리며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지요. 인천의 수용소에서 1년을 보낸 후 서울 창신동의 한 적산가옥(敵産家屋)에 머물며 창신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적산가옥이라 함은 전쟁 후 버려진 일본인(적) 소유의 주택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빼앗긴 재산을 다시 되찾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네요. 이 적산가옥들은 정부에 귀속되었다가 차차 일반인에게 판매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이 집을 옮긴 것으로 추측됩니다.

배호 선배님은 1955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산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다 이듬해 다시 상경하여 외삼촌인 김광빈 선생님의 수하에서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MBC의 초대 악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김광빈 선생님의 악단과 '빨간 구두 아가씨'의 작곡가 김인배 선생님의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음악적인 자질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후 12인조 '배호와 그 악단'을 결성하며 낙원동의 프린스 카바레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1963년 21세의 나이에 '배호'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데뷔곡 '굿바이', '사랑의 화살'을 발표한 후, 1966년 신장염이 발병하게 되고 병석에 누워서 발표한 '누가 울어',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 '돌아가는 삼각지' 등은 큰 사랑을 받게 되지요. 1967년부터 3년 동안 각 방송사에서 수상하는 가수상을 휩쓸며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가수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1971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마지막 잎새'를 발표한 후 그 해 11월 우리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동숭동 예총회관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소복을 입은 여성들로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고, 아직까지도 11월이 되면 삼각지역에 위치한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를 찾아 그를 추모하는 팬들이 많다고 합니다. '서양에는 베토벤, 동양에는 배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짧은 인생동안 한국 가요에 큰 획을 그은 불멸의 가수로 남아있습니다.

1981년 MBC의 여론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로 선정될만큼 사후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호 선생님은 독보적인 음색과 정확한 음을 구사하며 트로트를 넘어 가요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프랭크 시나트라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부딪쳐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 사람을 못 잊어 웁니다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 사랑을
맺을수도 있으련만
밀리는 파도처럼 내 사랑도 부서지고
물거품만 맴을 도네

그렇게도 그리운 정 파도 속에 남기고
지울 수 없는 사연 괴로워 웁니다
추억은 영원한데 그런 이별은
없을 수도 있으련만
울고픈 이순간에 사무치는 괴로움에
파도만이 울고가네"

예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호 선배님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그려낸 노래처럼 느껴지기에 더욱 슬프게 다가옵니다. 원곡에서는 트롬본이 전주와 간주를 연주하고 있어 쓸쓸한 정서를 더해주지요.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또 어떤 계절이라도 이 노래를 떠올리며 걷고 싶어집니다.

묘소가 있는 경기도 장흥의 '두메산골' 노래비를 비롯해 서울 삼각지의 '돌아가는 삼각지', 주문진의 '파도', 경주시의 '마지막 잎새' 등 가장 많은 노래비를 세운 가수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주현미TV를 통해서 배호 선배님의 다른 곡들을 더 들려드리겠지만, 오늘은 그의 유작인 '마지막 잎새'의 가사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그 시절 푸르던 잎 어느덧 낙옆지고
달 빛에 서있는 외로운 가지
바람도 살며시 비켜가지만
그 얼마나 길고긴 기다림 이였던가
아쉬움에 떨어진 마지막 잎새

싸늘히 부는바람 가슴을 파고들어
오고가는 발길도 끊어진 거리
애타게 부르며 서로 찾을걸
어이해 보내고 마음을 조이는가
따뜻한 봄 기다리는 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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