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무정 열차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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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앞서 주현미TV를 통해 소개한 바 있는 ‘산유화’와 오늘 들려드리는 ‘무정열차’는 음악적인 개연성은 없어 보이지만 이재호 선생님의 곡에 남인수 선생님이 노래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 발표된 이들 노래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와 가수가 의기투합하여 발표했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1930년대에 데뷔했던 두분이 어째서 20여년이 지난 후에야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우리 대중음악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 최고의 레코드사로 자리잡은 오케레코드사와 후발주자로서 그 아성을 추격하던 태평레코드사의 대립구도를 발견하게 됩니다. 트로트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라 해도 손색없는 박시춘, 이재호 두 분의 등장으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고 이 선의의 경쟁 속에서 수많은 히트곡이 탄생하게 되었지요. 박시춘-남인수 콤비로 대표되는 오케레코드와 이재호-백년설이 주축이 된 태평레코드의 경쟁은 1950년대까지도 그 분위기를 이어갔고 전쟁 이후 대중음악계가 재편될 때까지도 이재호 선생님과 남인수 선생님은 함께 작업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지요.

이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만나게 된 두 분은 드디어 ‘산유화’, ‘무정열차’와 같은 곡들을 발표하게 됩니다. ‘산유화’의 노래이야기를 통해서도 말씀드린바 있지만 “이래도 대중가요를 무시하겠는가?”라고 결의에 찰 만큼 음악적인 자신감을 보였던 노래가 ‘산유화’라면 ‘무정열차’는 제2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낼 만큼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 낸 노래입니다.

“밤차는 가자고 소리 소리 기적소리 우는데
옷소매 잡고서 그 님은 몸부림을 치는구나
정두고 어이 가리 애처로운 이별길
낙동강 굽이굽이 물새만 운다 눈물어린 경부선

떠나는 가슴에 눈물눈물 서린 눈물 고일 때
새파란 시그넬 불빛도 애처로운 이 한밤아
마지막 인사마저 목이 메어 못할 때
쌍가닥 철길 위에 밤비만 젖네 울고 가는 경부선

아득한 추풍령 고개고개 눈물 고개 넘을 때
희미한 차창에 그 얼굴 떠오르네 비치네
기차도 애처롭게 흐득지득 달릴 때
새빨간 님의 순정 가슴에 젖네 비 내리는 경부선”

1954년에 ‘이별의 부산정거장’이 발표되며 큰 히트를 기록했고 이전에도 1939년 ‘울며 헤진 부산항’이 발표되어 인기를 끌었지요. 남인수 선생님의 노래들 중에는 유달리 부산을 배경으로 한 곡들이 많은데 활동했던 시기와 전쟁 중 피난갔던 시기가 맞물렸던 이유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무정열차’의 제목이나 가사 중에는 부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3절 모두 경부선이 배경이 되고 낙동강을 지난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부산에서 출발하는 혹은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의 내용이 환도 이후 부산에서 이별하는 장면을 그린 노래라면 ‘무정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기차라고 생각해 봄직도 하지만 1절의 낙동강을 지나 3절에 이르러 추풍령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가는 기차인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당시의 증기기관차는 높은 언덕을 쉽게 넘을 만한 힘이 없어서, 경부선 철도에서 가장 높은 이 추풍령을 지날 때면 이 곳에 설치된 급수탑에서 물을 공급받아 쉬어 가곤 했답니다. 너무 힘이 들어 기차도 울고 구름도 쉬어 넘어갔다는 추풍령 이야기는 이젠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무정열차’는 ‘이별의 부산정거장’과 함께 남인수 선생님이 어째서 ‘가왕’으로 인정받는지에 대한 대답을 보여주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가사 하나 음정 하나, 원곡을 분석하다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지요. 녹음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당시의 레코딩에서도 남인수 선생님의 노래는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수준의 테크닉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행여라도 원곡이 훼손되거나 잘못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현미TV 스탭들과 연주자들이 평소보다도 곡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하기도 했지요. 오늘은 그 옛날 경부선을 달리던 ‘무정열차’에 몸을 싣고 함께 떠나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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