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형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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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형 「먼산」




화제가 자연 내일 이장 문제로 옮겨갔다. 이제 그럴 시간이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다른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이를 위한 전제였다.
「그래, 네 뜻은 전혀 변동이 없나?」
「예.」
나는 짧게 대답했다. 나는 이 짧은 한마디에 담긴 나의 결의를 당숙이 헤아려 주기를 바랐다.
「화장은 아예 생각도 해보지 않았나?」
「예.」
이번에도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북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에 나는 한마디 덧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도 화장을 해서 유골을 제가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건 할매가 한번은 우리 선영에 묻히고 나서의 일입니다.」
「네 말뜻을 내 잘 알아들었다. 네 마음도 내 잘 안다. 」
당숙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것은 곧 내 뜻의 수용을 마무리 짓는 수순이었다. 이미 가부가 나 있다 하더라도 집안일에는 반드시 이러한 절차가 필요한 법이다.
「내 이럴 줄 알고 대강 준비는 시켜두었다. 너가 그렇게도 원하니 망자를 선영 한쪽에 모실 수밖에 딴 도리가 없구나. 하지만... ...」
당숙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랫방 할매 산소의 이장은 처음부터 넘어야 할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산소가 있던 공동묘지가 저수지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어디로 하느냐가 문제였다. 선영으로 옮기면 되지만 초상 때 이미 못 묻힌 곳이었다. 개가해온 할매의 신분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숙은 차라리 화장을 권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내 주장을 꺾지 않았다. (중략)
파놓은 광혈 안에 간단히 염한 할매의 유골을 내가 직접 모셨다. 그것은 생전의 한숨보다도 가벼운 듯했다. 그때 문득 지난 며칠 동안 무단히 들춰올라 욱신거리던 어금니가 생각났다. 그리고 어느새 말끔히 가셔져 있는 그 치통의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마지막 제의(祭儀)처럼 입속으로 손을 가져갔다. 고통의 뿌리는 힘들일 것도 없이 쉽게 뽑혀 올라왔다. 나는 몰래 그것을 할매의 유골과 함께 넣고 첫 삽의 흙을 퍼서 묻었다. 그것은 이제 영원토록 할매와 나를 묶어둘 고리였다. 그리고 내가 비록 이곳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 먼 산 속에서 언제까지나 할매와 함께 하는 셈이었다.

작가_ 이채형 - 소설가. 1946년 경북 경주 출생. 1984년 소설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서라벌의 정기를 이어받은 월성 이씨 가문의 후손. 어른 앞에서 무릎 꿇고 익힌 엄한 가풍이 빚어놓은 점잖은 남자. 잡다한 기질의 작가보다 단아한 선비에 가깝다. 서라벌 예대에서 김동리의 제자로 문학수업을 했고, 오랜 세월 근무해온 금성출판사에서 퇴직한 후 창작에 전념하는 노후의 지복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다.
낭독_ 유성주 – 배우. 연극 「그게 아닌데」, 「싸움꾼들」,「동토유케」등에 출연
김주완 - 배우. 연극 「그을린 사랑」,「'오장군의 발톱」,「너무 놀라지 마라」등에 출연.
배달하며

젊은 나이로 개가해온 할매가 죽도록 고생만 하고 문중에서 대접받지 못한 것을 자기의 한(恨)으로 받아들인 증손. 육탈이 된 할머니의 백골과 함께 치통의 근원이던 어금니를 빼서 흙속에 같이 묻고, 이생의 짧은 인연에 영원의 고리를 만드는 행위. 인생이 애달픈 것은 무지 때문이다. 인간이 우주라는 전체의 일부분이며, 생명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알고 나면, 무지해서 품게 된 차별, 미움, 질시, 분노, 한스러움은 한낱 잘못된 생각이 빚은 희극이다. 인간은 왜 죽어서야 자기 안의 영혼을 마주하게 되는가. 살아서 영혼의 눈을 뜰 수는 없는가. 그 무지의 ‘한계’ 로 영원을 멸시할 때 인간은 슬프도록 애달파 보인다.

문학집배원 서영은

출전_『사과나무 향기』 (문학나무. 2011)
음악_ Soundidea/Drama suspense 중에서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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