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가난」 - 부자들이 가난을 흉내내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날카로움과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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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5:08 줄거리 재구성 낭독
05:09-06:29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소개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박완서 작가는 이제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20세기 한국 현대소설의 거목입니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한국전쟁이 일어나 한동안 생계를 꾸리는 일에 집중해야 했던 작가가 비로소 데뷔한 것은 1970년, 마흔이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나간 박완서 작가는 2011년 타계하기 전까지 꾸준하게 현역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을 그려내면서도 삶에 대한 통찰력과 날카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은데요. 오늘 소개해 드린 「도둑맞은 가난」 역시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울림이 적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지독한 가난과 불행에 시달리던 ‘나’가 자신을 제외한 일가족의 비극적 죽음을 겪은 뒤 우연히 ‘상훈’이라는 남성을 만나 단칸방에서 함께 지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서로가 가난한 공장 노동자였던 둘이 자신들의 애정과 더불어 살림을 조금이나마 아껴 보고자 동거를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알고 보니 ‘상훈’은 부잣집 대학생 아들이었고 그의 가난 ‘체험’에 ‘나’가 이용된 것이었습니다. 소설은 이제 부자들이 가난까지 훔치려 든다는, 그래서 아득한 절망에 빠지게 된다는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이 소설은 1975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거의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세태가 여전하다고, 오히려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약자의 자리에 자신들을 위치시키는 일이 빈번하고, 가난은 능력과 노력의 부족으로 치환되어 자주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1975년의 부잣집 아들은 가난의 현장을 ‘경험’하고 만족하지만, 2022년의 부잣집 아들은 아마 가난한 동네로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삶의 좌절을 극복했던 하나의 에피소드로 가난을 동원하는 것과 경제적 계급에 따라 구역을 나누고 접근조차 못하게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문제적일까요? 아마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일 것이고, 바로 이런 지점을 박완서 작가는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 속 ‘나’의 어머니 캐릭터에 한 번 주목해 보면 좋겠습니다. 중산층 가정에 대한 욕망으로 가족 구성원들을 닦달하다가 끝내 나락으로 추락한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국 가족들과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인물인데요. 가난을 징그러워 하면서 딸이 인형옷을 만들어 벌어온 돈에 기대지 않겠다며 목숨을 끊어버리는 ‘어머니’의 행위는 ‘나’에게 참혹한 폭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일을 뒤로 하고 다시 생활력의 세계로 뛰어드는데요. ‘나’에게 더 충격적인 것은 어머니가 보인 가난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 환멸이나 외면이 아니라 가난을 가볍게 즐기는 ‘상훈’의 행위였다는 것입니다. 가난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또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고, 급기야 그것을 훔치는 세태는 ‘나’에게 엄청난 절망을 안겨 줍니다.
이처럼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세태를 매우 정확하게 재현하면서도 미묘한 감각이나 내면의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잘 알려진 작품이 워낙 많고, 최근 여성 서사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니 이 기회에 박완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두루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도둑맞은 가난」 을 교보문고에서⬇
https://bit.ly/3PQYL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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