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내 맘은 무뎌지지 않으니, 익숙해지지만 말아주시오.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38. 내 맘은 무뎌지지 않으니, 익숙해지지만 말아주시오.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혹여나 곤히 자는 그 애가 잠에서 깰까 살금살금 움직였다. 침대 끝머리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양말 한 짝을 조심히 신고 침대에서 벗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발소리와 문소리는 최대한 나지 않게 움직이려 노력했지만 실수로 방문을 열다 발을 찧고 단마디의 비명을 질러버렸다. 나는 사고친 강아지처럼 슬며시 고개를 돌려 그 애를 바라봤다. 곤히 자고있는 모습에 마음이 놓여졌다. 못들은것 같아서 다행이다.

찬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유리컵 하나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흰색 배경에 귀엽게 그려진 고양이 일러스트가 좋아서 항상 이 컵으로만 물을 마신다. 가끔 그 애가 실수로 이 컵으로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를 냈더니 심술이 났는지 자기가 설거지를 하는 날에는 높은 찬장에 내 컵을 올려놓는다. 평소대로라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미지근한 물을 한잔 따라 마시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요 며칠 사이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탓도 있었고, 유난히 개운한 잠을 자고 일어나서 정신이 멀쩡한 탓도 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냉장고를 열고 진하게 떨어지는 매실청을 조금 따랐다. 얼마큼 따라야 적당한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내 손으로 매실청을 따라 마시는 건 처음이다. 항상 내가 체하거나 속이 불편할 때마다 그 애는 내게 매실청을 물에 타줬다. 너무 뜨겁지도, 심심하게 미지근한 온도도 아닌 완벽히 따뜻한 온도의 매실차였다. 매실차를 마시며 그 애의 큰손이 내 등을 쓸어내리면 신기할 정도로 금세 몸이 편해졌다. 한번은 괜히 매실차가 마시고 싶어서 자려고 누운 그 애를 깨워 매실차를 타오게 했다. 졸려 반쯤 감긴 눈으로 귀엽게 매실차를 타와서 꾸벅꾸벅 졸며 내 등을 쓰다듬는 그 애의 다정함이 좋았다. 매실청을 따른 컵에 식탁에 꺼내 놓은 물병을 기울여 물을 따랐다. 물병에서 떨어지는 물이 매실청과 만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전부 섞이지 않은 매실청이 물속에 흐트러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나는 티스푼으로 섞지도 않고 대충 한입 마셔보았다.

“ 으... 달다... ”

나는 지독하게 단 매실차를 한입 먹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전부 섞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달다. 역시 그 애를 깨워 매실차를 타 달라고 조를걸. 밤새 고여있던 공기들이 무겁게 내 온몸을 눌렀다. 나는 거실로 터벅터벅 걸어가 창문을 조금 열었다.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머리를 대충 묶을 머리끈을 찾았다. 또 어디에 던져버렸는지 손목에 차고 있던 머리끈이 없었다. 나는 급한 대로 식탁으로 쪼르르 달려가 매실청과 농도가 크게 다르지 않은 매실차가 든 컵을 쥐고 침실로 향했다. 적당히 큰 소리로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그 애는 깰 생각이 없었다. 나는 잠시 테이블에 컵을 내려놓고 자는 그 애의 몸 위로 내 몸을 덮었다. 큰 그 애의 온몸을 작은 내 몸으로 덮기엔 턱없이 모자랐지만 나는 이렇게 그 애의 위에 누워있는 게 좋았다. 나는 최대한 온몸에 힘을 주고 그 애를 무겁게 눌렀고 내 아래서 신음하는 그 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오빠. 잠깐만 일어나봐. ”
“ ... ”
“ 정말 급해. 얼른 일어나봐! ”

나는 억지로 온몸을 흔들었고 그 애는 귀찮다는 듯이 아무 대꾸 없었다. 그 애는 잘 때 깨우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다. 자기가 알람으로 설정해 놓은 노래마저 싫어하는 귀여움을 보여주니 오죽할까? 하지만 이건 곧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이란 걸 의미했다.

“ 잠깐만 일어나면 다시 자게 해줄게!! ”
“ ... 잠깐만 일어나는 게... 어디 있어... 온 잠을 다 깨울 거면서... ”
“ 알고 있으면 순순히 일어나. ”

나는 그 애가 이불 밖에 내놓은 얼굴 모든 부분에 입을 맞췄다. 그 애는 졸린 와중에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보여줬다. 나는 그 애의 몸 위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팡팡 때려줬다. 그 애는 좀비처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기이하게 새 집진 그 애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나는 대충 그 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고 내가 타온 매실차를 손에 쥐여줬다. 그 애는 실눈을 떠 컵을 바라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 이거... 뭐야? ”
“ 매실차! ”
“ 속 안 좋아? ”
“ 아니! 그냥 마시라고 타봤어! 마셔봐! ”

갓 난 강아지처럼 눈도 뜨지 못하고 강제로 쥐여준 매실차를 한입 마셨다. 달고 진한걸 싫어했기에 즉시 재미있는 반응이 나올거라 예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애는 매실차를 마시고 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과 다른 그 애의 반응에 조금은 실망했다.

“ 어때? ”
“ 그냥... 매실차지... 뭐가 어때? ”
“ 이상하네? 엄청 달 텐데? ”

그제야 그 애는 피식 웃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애는 혀를 내밀고 ‘으엑’하는 표정을 지었다.

“ 그치? 내가 지금 엄청 단 거 맞지? 왠지... 나는 내가 잠에 덜 깨서 단줄 알았어. 이따 나랑 반반 섞어 마시자. ”

나는 그제야 원하던 반응에 활짝 웃었다. 나는 컵을 쥐고 있지 않은 그 애의 반대편 손을 찾았고 그 손목에 차고 있는 내 머리끈을 뺏어 머리를 묶었다.

“ 됐어. 이제 다시 자! ”
“ 목적이 매실차야 머리끈이야? ”
“ 머리끈! ”

그 애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 앉아있는 내 발을 만졌다.

" 아까 발 찧은곳은 괜찮아? "


00:00 nadi@ - 편지
(  / 2020-12-10  )

02:58 백아 - 테두리

07:03 아이유 - 너 (미발표)

10:30 leeyerin(이예린) - 211010 첫 눈빛
(https://soundcloud.com/leeyerinmusic/...)

12:21 우우우린 - 윤지영

16:04 나 혼자 남은 지구 - 구만 (9.10000)

19:22 Nokksi - 느린 산책 (원곡 : 소희 - 산책)
(https://soundcloud.com/nokksi/cr5v6xo...)

#가을, #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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