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망종(芒種)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20. 망종(芒種)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 xx아 너는 예술가의 지성과 학자의 감성을 가지고 태어났어. ”

이 말이 칭찬인지 비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서 날 가장 정확히 파악한 말이라 생각했다. 감정으로 무언가를 창작하는 예술가의 지성과 이성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학자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우스꽝스럽지만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에 정확했다. 비효율적인 것들만 모아 담아놓은 나는 숨 쉬고, 걸어온 시간 동안 예술가의 시선으로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고, 학자의 감성으로 모든 감정에 공감해왔다. 나는 그 순간 누군가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줬다는 것에 놀라웠으며 동시에 나의 비밀을 들킨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러웠다.

나는 나의 사랑은 특별했으면 좋겠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매력적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 준다는 것은 세상 가장 큰 기쁨이고 존재에 대한 찬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비밀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비밀이 없는 사람은 한눈에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모든 것을 들키면 질리기 마련이다. 그 끝을 알고 보는 소설처럼 모든 행동과 말과 심지어 내 눈빛까지도 어디로 끝날지 아는 결말에 귀결되기 마련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비밀은 나의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라든지, 아무도 모르는 내 신체적 결함이라든지 이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비밀은 공부, 음악관, 사상, 행동기준을 의미한다. 비밀 하나를 만들려면 그만큼의 생각을 해야 한다. 책과 영화에서. 또, 음악을 듣고 일상에서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들. 내 머릿속에 정리해 둔 것들이 생각 안에 차곡차곡 겹겹이 쌓이게 되면 그것이 나의 비밀이 된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나만의 매력이 될 비밀들과 내가 선택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비밀들. 그러기 위해 나는 타고난 본성을 숨기고 평소 남들처럼 현상을 이성으로 이해하는 듯 행동했고, 마음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처럼 연기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나의 매력이라 생각해 아무에게나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문득 오늘 점심을 먹고 친구와 나무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않고 있다 보니 남들에게 숨겨오던 비밀이 너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고 느꼈다. 다른 약속도,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었기에 나는 가만히 그늘진 벤치에 앉아 나의 비밀들에 대해서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나의 가장 큰 비밀을 떠올렸다. 바로 다정함이었다. 태어나기를 예민하고 까칠하게 태어났기에 나를 아는 그 누구도(심지어 나조차도)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함을 보여준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의 부산물 중 놀라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정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정함은 재능이다. 내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무의식적으로 다정할 수 없다. 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기에 나는 이것을 재능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재능이 아무리 없는 사람도 사랑하면 애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다정해진다. 나는 다정함에 재능이 없기에 남들에게 그러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다정함을 전해준다. 목적 없이 아껴주고, 내 온몸과 모든 것을 희생한다. 애정 하는 사람이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해 불편함을 줄이고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그 어떤 보답도 없는 행동을 자처한다. 친구는 한참을 휴대전화를 바라보다 멍하기 허공을 바라보는 내 팔을 툭 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고 나는 아무 대답 없이 빙긋 웃으며 일어났다.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고, 나조차도 잊어버릴 뻔했던 비밀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꼬깃꼬깃 접어 나만 알 수 있는 한곳에 잘 보관해놨다.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을 나의 비밀을 소중히 간직했다.


00:00 교토 - 위수 (WISUE)
03:18 반짝이던 안녕 - 프롬
07:52 기다림 - 이승열
11:31 제가 좋아하는 만큼 그녀도 절 좋아할까요? - 615
15:18 날 믿어줘 - neeha
(  / v7ogsju7sjsf  )
18:23 방백 (傍白) - 김여명 (KIM YEO MYUNG)
22:15 뭉뚱그리다 - 이규호 (Kyo)
26:14 여름이 되어 - 프롬
30:14 Northwest side 48km - 이강승
33:47 new year dilemma - 진주공원 (pearlpark)
(  / new-year-dilemma  )
36:04 새벽길 - CHEEZE (치즈)


썸네일 :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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