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머나먼 고향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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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면목없다"라는 말이 있지요. 부끄러워 낯(面)을 볼(目)수 없다. 어떤 잘못을 해서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때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잘못이 일로 만나는 사람이 아닌 우리의 부모님이라고 해도 우리의 표현은 똑같을까요?

다소 두서없는 말로 노래 이야기를 시작했네요. 며칠 후 우리 민족의 명절 설날이 다가옵니다. 2020년의 1월 1일은 지났지만 다가오는 설날, 가족들과 두런두런 앉아 새해를 맞으며 세배(歲拜)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먼 길을 달려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재회하지만 끌어안고 눈물 흘리고 싶었던 우리의 마음은 뒤로 한채 심드렁하게 '아픈데는 없냐', '옆집은 이사갔느냐' 하는 의미없는 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저만의 경험일까요?

부모를 대하는 자식의 모습과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같을 수가 없나 봅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도 부모를 뵐 면목(面目)이 없을 수가 없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아기같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집'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나이가 들어 부모가 되어도 우리가 부모님을 바라보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네요.

다가오는 설날, 여러분들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꿈에 그리던 고향집을 찾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이라면 성묘를 계획하고 있으시겠지요. 오늘 함께 부를 나훈아 선배님의 '머나먼 고향'은 사실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자식의 슬픈 마음을 그린 노래랍니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 형제 이 몸을 기다려
천리타향 낯선 거리 헤매는 발길
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 갑니다

천리타향 낯선 거리 헤매는 발길
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 갑니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고향에 내려갈 차비는 없고, 심지어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신인 작곡가 박정웅 선생님. 청계천 허름한 방에서 하숙방 생활을 하던 젊은 박정웅 선생님은 추석을 앞두고 고향 밀양에 내려가지 못하는 대신 방에서 홀로 소주잔을 들이키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주현미TV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김태호 군의 고향도 경남 밀양이랍니다.

1968년 추석을 하루 앞둔 밤, 박정웅 선생님은 귀성길을 한 채 통기타와 소주로 마음을 달래셨답니다. 그렇게 써내려간 일기와도 같은 노래, 이 노랫말은 비단 박정웅 선생님 본인의 넋두리만은 아니었겠지요. 산업화, 현대화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상경했지만 팍팍한 현실 앞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던 시기였습니다.

20대 작곡가의 눈물어린 이 노래는 먼저 1969년 유지성 선배님의 노래로 발표되었지만 크게 히트하지 못하고 2년뒤인 1971년 나훈아 선배님의 노래로 대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나훈아 스테레오앨범 제8집'이라는 제목의 앨범에 타이틀 곡으로 실린 '머나먼 고향'은 그 제목부터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머나먼 고향'인 것일까요? 작금의 처해있는 처지를 보니 부모님께 큰소리치고 떠나온 고향에 당장은 갈 수 없는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요?

박정웅 선생님은 작곡가로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찻집의 고독', '모정의 세월' 등의 노래를 만드신 분이랍니다. 주현미TV에서 소개하는 노래들 중 비교적 최근작인 이 '머나먼 고향'은 작사, 작곡가의 마음 속 깊이 새긴 슬픔과 번뇌가 1960년대 말부터 가요계를 평정한 스타 가수 나훈아 선배님과 만나서 지금까지도 고향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노래로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슴 속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노스텔지어가 경자년 설날을 맞아 다시 마음을 두드립니다. 부모님을 뵐 '면목'은 아마도 영원히 생기지 않겠지 모르겠지만, 그저 지금의 모습 그대로 함께 있으면 행복한 것이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망향의 슬픔, 그리움. 오늘 부르는 이 노래 '그리운 고향'을 함께 부르시면서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올 해 설날에도, 또 부모님이 생각나는 여느 날에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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